그 흔한 벤처투자를 창업 후 14년 만에 받다.
조현정이야기
비트컴퓨터 창업
그 흔한 벤처투자를 창업 후 14년 만에 받다.
- 많은 벤처기업은 창업초기에는 주변의 지인들에게서 엔젤투자를 받거나 개인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으로 연구개발비용을 충당하고, 초기제품이 나오면 기관투자를 받아서 본격적인 생산과 시장개척을 하여 회사다운 회사가 된다. 더 큰 규모의 매출과 이익, 새로운 시장 개척을 하기위하여 대출보다는 자금시장에서 직접 조달받기 위하여 코스닥이나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게 된다. 이때부터 창업 초기에 투자를 한 엔젤투자자나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서 작게는 몇 배에서 몇 십 배의 차액을 가지게 된다.
기관투자를 Venture Capital이라고 한다. Venture Capital 에는 아무리 직역이나 의역을 해도 ‘창업투자’라는 뜻이 없다. 그러나 벤처캐피털 업계는 ‘제일창업투자’, ‘일신창업투자’ 등으로 ‘창업’이라는 단어를 가진 회사이름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벤처 캐피털이 투자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한국은 1986년에 이 법을 만들면서 새로운 금융업이 탄생되는 것을 우려하여 창업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에게만 투자하도록 규정한 창업법으로 베처캐피털을 설립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창업기업에만 투자하는 규정의 소멸로 인하여, 다양한 이름으로 회사이름을 짓고 있다. 심지어 사체업체까지도 ‘xx캐피털’이라고 회사이름을 지어도 특별한 규제가 없다.
86년에 만들어진 이 법이 처음에는 3년 이내로 한정을 지었었다. 83년에 창업한 비트는 초기부터 투자받을 의지도 작았지만, 몇 달 상관으로 이 3년이 경과하는 바람에 창업초기에 투자를 받지를 못하여 다소의 어려움이 있었다. 나중에 5년과 7년으로 늘려준 적이 있었으나, 그 때마다 비트는 이 기간 지나버렸기에 투자를 받을 수가 없었다. 벤처 1호로 알려진 비트는 관련법보다 앞서서 창업을 하였기에 격을 수 있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 이다. 만약에 83년이 아니라 한 해 늦은 84년에 창업을 했더라면 회사규모가 지금보다는 훨씬 커져 있었을 것이 확실하다. 비슷한 시기인 85년에 창업된 (주)메디슨은 초기부터 기관 투자를 받아서 빠른 시간에 성공을 크게 이루기도 했다. 물론 메디슨은 다른 이유로 2002년에 법정관리중이긴 하다. - 벌어서 투자를 한다.
캐피털회사로부터 투자받아서 성장을 추구할 수가 없었으므로 처음부터 수익모델을 확실히 할 밖에 없었으며, 그 해의 반짝 소득뿐만 아니라 다음해의 확실한 수익을 위해서 미리미리 R&D를 재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투자받을 수 없다는 것이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1996년에 벤처기업의 지원을 위한 관련법의 개정을 담당한 산자부의 홍기두과장에게 당시까지도 7년으로 규정되어 있던 것을 14년으로 늘리자는 제안을 하여, 법을 고치고 제일창업투자사로부터 처음으로 투자를 받게 되었다. 96년은 비트가 창업 14년째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96년의 벤처캐피털회사들은 벤처를 평가하는 잣대를 정확히 가지고 있지를 않았으며 투자 실적이 미미하며, 일부는 주유소에까지 투자하기도 했다. 벤처를 모르는 벤처캐피털회사들이 구성된 인프라에서는 벤처가 꽃을 피울 수가 없었다. 미래가치와 기술평가를 할 수 있는 투자 모델을 만들기 위하여 시장을 잘 아는 10여명의 벤처기업가들이 자금을 모아서 ‘무한기술투자’사를 설립하기까지 하였다. 무한기술이 투자배율과 투자금액을 정해 놓으면 다른 창투회사가 뒤 따라서 투자하는 사례가 생겼으며, 이 것이 자연스런 학습의 기회가 되었다. 비트는 당시에 투자이익보다는 사회적인 인프라구축에 기여한다는 무한기술투자에 5억원을 투자하였었으며, 무한은 코스닥에 등록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벤처기업들이 사업초기부터 무조건 기관투자를 통하여 손쉽게 투자받은 몇 십억 또는 몇 백 억원의 돈으로 고급자동차부터 바꾸고, 사무실은 고급 인테리어로 꾸미고, 에지니어들에의 실력을 검정도 하기 전에 높은 연봉을 제시해서 스카우트하고, 고급술집을 전전하면서 흥청망청 써버리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 투자 받은 돈은 결코 노력에 의해 번 돈과는 다르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충분한 이익을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결국 사람이나 기업은 필요이상의 자금이 쌓여 있으면 나태해지거나 딴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