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대학생의 아르바이트도 세금내야 한다.

조현정이야기

비트컴퓨터 창업

대학생의 아르바이트도 세금내야 한다.

  • 창업을 할 때는 대학생이었다.
    비록 대학생이 호텔방에서 전화 받는 여직원 한 명과 대학 다니는 친동생과 함께 회사 같지 않은 규모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돈을 벌면 세금을 내야만 한다는 순수한 의무감으로 청량리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신청하기 위하여 찾아갔다.
    지금은 사업자등록이 신고제이지만 당시만 해도 허가제에 가까웠다. 이때 세무공무원은 세 가지 이유에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관련된 업종분류가 없으며, 대학생이라는 점과 호텔방의 창업이 문제가 되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보처리업이라는 업종코드는 88년부터 탄생이 되고, 벤처협회를 만든 후에 많은 대학교를 찾아다니면서 벤처창업 로드쇼에 가장 많은 강의를 했던 이유도 대학생창업에 대한 긍정론과 있었기 때문이다. 호텔방의 창업은 신고제에 가까운 지금에라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세금을 내기 위한 의지로 세무 공무원을 설득하여 사업자 등록을 받게 되었다. 대학생의 아르바이트도 세금을 내야한다. 이것은 작은 교육이며, 자기 자신의 얼굴을 다듬어 가는 것과 같다. 나중의 개인기록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98년의 ‘MBC 성공시대’ 녹화 도중에 청량리세무서에서 연락이 왔다. “MBC에서 당시의 사업자등록증과 세금기록을 요청하는데 본인의 허락이 필요하다”했다는 것이다. 나는 일단 동의를 한 후에 MBC의 성공시대 담당 정성후PD에게 “뒷조사하느냐”고 물었더니, “83년 창업은 하되 세금을 않냈다면 인물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시의 순수한 결정이 얼마나 중요했던가를 알 수 있는 사례중의 하나이다.
    당시의 순수한 결정이 얼마나 잘 된 것인가를 알 수 있는 사례중의 하나이다.
  • 당시 비트의 주 고객들은 작은 의원들이었다.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수입의 70% 이상이 일반환자이고, 나머지가 보험환자였기에 세금을 우려하여 소득노출을 꺼렸다. 지출이 많으면 소득이 많아 보이게 된다는 이유로 계산서를 받으려 하지 않은 원장님도 계셨다. 컴퓨터를 구입하면서 까지 보험청구를 할 정도이면 고소득임을 알리는 꼴이 된다 하여 세금계산서 받기를 꺼려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비트는 계산서를 철저히 발행하여, 83년 8월에 창업된 회사가 5개월만에 5천만원, 84년에는 1.2억원의 매출이 있었다.
  • 은행대출이 되지 않았다. 업종분류는 어쩔 수 없이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었다. 이 전의 소프트웨어 개발은 하드웨어 판매회사 내의 개발부서로 존재했기 때문에 회사의 업종분류가 따로 필요가 없었으나, 소프트웨어 개발만 전문적으로 하겠다고 나선 회사로는 비트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1988년부터 새로 분류된 정보처리업은 제조업 수준으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당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재화라는 이유로 서비스업으로 분류됐던 것이다. 나중에 테헤란로로 옮기기 위해 은행차입을 하러갔을 때 서비스업은 은행대출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80년대 중반까지 모든 은행은 국민들의 저축장려운동을 통해 모아진 자금을 제조나 수출업종에만 대출을 하게 하는 정부정책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