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일간의 검정고시 준비
조현정이야기
청소년 시기
83일간의 검정고시 준비
- 73년 초
- 나이는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을 시기였지만, 기술자들이 수리하다가 오히려 망가트린 고급 가전제품을 수리해주는 업자수리전문 회사에서 2년 반의 훈련을 받은 경력자로서 무엇이든 고장난 것들을 거뜬히 고쳐내는 일류 기술자라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나름대로 다소의 성취감도 있었지만, 또래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서글픔과 공부해서 대학가야겠다는 욕구가 생겼으며, 중학교를 떠날 때 2학년 한달 동안 담임 이셨던 정동철 선생님의 여러 말씀들이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되어 고입검정고시를 준비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 다니는 회사에서 그 해 동작동 국립묘지 앰프설치공사를 수주하였기에 현충일 전날까지 설치를 마치고, 6월 6일부터 8월 28일과 29일에 있는 시험을 위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평소 월급은 3천원이었지만, 퇴직금조로 받은 만오천원으로는 학원비도 되지 않았으며, 검정고시 준비를 위해 누구나 가는 수도학원에는 3개월 짜리 짧은 종합반 자체도 없었다. 지금은 상권이 달라졌지만, 청계천 7가의 헌책방에서 헌책들을 구입하여 골방에서 83일간의 처절한 공부를 시작하였다. 당시에 살고 있던 전세 15만원짜리 집은 어머니의 바느질가게가 딸려 있었다 구멍난 블록으로 지어진 슬라브 형의 집은 단열처리가 전혀 되지 않아서인지,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찌는 듯이 더웠다. 그런 집에서 선풍기도 없이 무더운 6,7,8월에 공부를 하게 되었다.
열과 땀으로 인하여 엉덩이는 종기가 나서 짓 물이 나기에 베개를 사타구니에 끼워서 엉덩이를 공중에 띄워 놓고, 밥상을 책상으로 삼고, 삼베 홑이불을 뒤집어쓰고 공부를 한 것이다. 삼베 홑이불은 복사열이라도 막아주는 효과가 있어서인지 다소 시원하기는 했으나, 세수할 때에는 머리카락이 숱하게 빠지는 영양실조 상태이기도 했다. - 결국 이 고입검정고시에 합격을 했다.
검정고시 시험의 규정에 의하면 타지역에서 몇 과목이라도 과목합격을 하게 되면 또 다른 지역에서 그 과목을 면제받는 규정이 있었다.
당시는 전국에서 동시에 시험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따로 시험이 있었기에 서울시험 한 달 전에 수원에서의 경기도 시험을 응시하려 했다.
그러나 2박 3일간의 여비가 없어서 결국 그 시험을 포기고 말았다. 그 당시 서글픈 생각으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운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당시 10대 가수였던 장님가수 이용복씨의 히트곡인 ‘어머니 왜 나를 낳으셨나요?’가 더욱 자신의 처지를 처절하게 만들었으며, 죽고싶은 심정으로 이불을 뒤집어 쓰고 혀를 깨물어 보기도 했다. 심리적으로 가장 민감했던 사춘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잣집 아들이 불과 몇 년만에 부잣집 아들에서 가난뱅이로 몰락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대한 원망을 키워 탈선을 하지 않은 점을 큰 다행으로 생각한다.